MES의 검색창이 사라진다면
웹 기반 MES를 개발하다 보면 꽤 전형적인 화면을 반복해서 만들게 된다.
위에는 날짜, 품목, 설비, 공정 같은 조회조건이 있고, 조회 버튼을 누르면 아래 테이블에 생산실적이 나타난다.
고객이 “일별·월별로 조회하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는 조건을 만들고, “평균도 필요하다”고 하면 계산 기능을 추가한다.
어떤 컬럼을 보여줄지도 사전에 협의한다.
문제는 그렇게 몇 번을 협의하고 확인을 받아도 실제 사용이 시작되면 새로운 요구가 나온다는 것이다.
“설비별로도 볼 수 있나요?” “지난달과 이번 달을 비교하고 싶은데요.” “불량률도 같이 보여주세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요구지만 개발자에게는 쿼리와 프로그램, 화면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일이 된다.
납품 이후라면 이것이 유지보수인지 추가 개발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시작된다.
사용자가 앞으로 무엇을 보고 싶어 할지를 왜 개발자가 모두 미리 결정해야 할까?
차라리 MES에 채팅창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사용자가
“이번 달 생산실적을 일별로 보여줘.” 라고 입력하면 필요한 데이터를 조회해서 표로 보여준다.
“지난달과 이번 달 생산량을 품목별로 비교하고 증감률도 같이 보여줘.” 라고 하면 두 기간의 데이터를 가져와 계산해서 보여준다.
LLM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MES가 안전하게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고 집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매일 같은 질문을 다시 입력한다면 오히려 불편하다.
그래서 여기에 즐겨찾기와 개인 대시보드를 붙이면 어떨까.
“오늘 생산량, 목표 달성률, 불량률을 보여줘.”
결과가 마음에 들면 ‘내 대시보드에 추가’를 누른다. 다음부터는 MES에 접속할 때 그 질문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결과가 표나 카드, 그래프로 나타난다.
생산관리자는 생산량과 계획 대비 실적을, 품질관리자는 불량률과 불량 추이를, 설비 담당자는 가동률과 정지 이력을 자신의 화면에 올려놓을 수 있다.
같은 MES를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의 업무에 맞는 화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존 MES 화면을 모두 없애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업지시 등록이나 실적 입력처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기존 UI가 훨씬 편하고 안전하다. AI가 특히 유용한 영역은 조회, 집계, 비교, 분석처럼 요구사항을 사전에 모두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결국 이런 흐름이다.
질문한다 → 결과를 확인한다 → 저장한다 → 다음부터 자동으로 본다.
실제 구현에서는 권한 관리, 데이터의 의미 정의, 잘못된 조회나 계산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LLM에게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마음대로 조작하게 할 수도 없다. 오히려 허용된 조회와 계산 기능만 도구로 제공하는 편이 현실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문제를 잠시 내려놓고 보면 이 아이디어에서 내가 흥미롭게 느끼는 지점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 MES 개발자는 사용자가 앞으로 필요로 할 기능을 미리 예상해서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는 그중 일부를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기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다음 MES를 만든다면 수많은 조회 화면을 처음부터 모두 만들어 놓는 대신, 기본적인 업무 화면 옆에 채팅창 하나를 놓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버튼 두 개를 붙인다.
‘즐겨찾기에 추가’
‘내 대시보드에 추가’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MES를 만드는 방식이 꽤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