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찾아낸 관계는 발견인가, 조합인가
AI를 사용하다 보면 가끔 놀라운 순간이 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자료를 몇 개 주고 공통점을 찾아달라고 하면, AI는 생각보다 그럴듯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사건과 기술, 논문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 결과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뿐, 원래 이런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은 앞서 『푸코의 진자』와 아불라피아에 관한 글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연결이 어떻게 하나의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AI가 만들어낸 연결은 정말 발견된 것일까. 아니면 기존의 지식과 기호를 조합한 결과 만들어진, 매우 설득력 있는 하나의 패턴일 뿐일까.
이 문제는 흔히 말하는 AI의 ‘환각’과는 조금 다르다. 각각의 정보가 모두 사실이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A라는 사건도 사실이고, B라는 연구 결과도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A와 B가 모두 사실이라는 것과, 둘 사이에 의미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인간 역시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지식을 만들어왔다. 여러 현상에서 패턴을 찾고, 서로 다른 사실을 연결해 가설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AI가 하는 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AI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훨씬 빠르게 연결한다. 그리고 그 연결을 매우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언어로 설명한다.
바로 이 점이 흥미롭다.
AI가 만들어낸 관계가 이후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실제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조합일까, 아니면 발견이라고 불러야 할까.
어쩌면 AI의 기존 지식의 거대한 공간 속에서 인간이 아직 탐색하지 못한 조합을 먼저 찾아내는 도구일 수 있다.
AI의 중요한 역할은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를 제안하고, 아직 탐색하지 않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순간에도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AI가 관계를 만들어냈다는 것과, 그 관계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 AI를 사용할 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 설명이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이 관계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 근거들 사이에 정말 관계가 있는가?"
AI가 만들어낸 연결이 놀라울수록, 오히려 그 질문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일 수도 있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