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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ail은 믿으면서 ChatGPT는 왜 믿지 못할까

· 약 3분

수업 중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실습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반응을 접한다. 자신의 문서나 사진을 ChatGPT에 업로드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Gmail은 어떻게 믿고 사용하는 걸까? Google Drive는 어떨까?

우리는 이미 수많은 개인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맡기고 있다. Gmail에는 사적인 대화뿐 아니라 계약서, 금융정보, 각종 업무 문서가 쌓여 있다. Google Drive에는 개인적인 자료와 사진, 중요한 문서들이 저장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사진과 연락처, 일정도 자연스럽게 클라우드에 동기화된다.

이 모든 서비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던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외부 기업의 서버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해당 기업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ChatGPT에 문서를 업로드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달되고, 그 데이터를 맡긴 기업을 신뢰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Gmail이나 Google Drive에는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ChatGPT에 파일을 올리는 일에는 유독 조심스러워지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술의 안전성을 일일이 검증하지 않는다. Gmail의 서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Google Drive에 저장된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기술로 외부 침입을 방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서비스들을 신뢰한다. 오랫동안 사용해 왔고, 그동안 특별한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도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신뢰하는 것은 기술의 안전성이 아니라, 그 기술에 대한 익숙함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생성형 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 뱅킹이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은행 창구에서 직접 돈을 맡기고 거래하던 사람들에게, 컴퓨터 화면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거액을 송금한다는 것은 낯설고 불안한 일이었을 것이다. 온라인에 카드번호를 입력하는 행위 역시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송금하고, 온라인에서 결제하며, 금융자산을 모바일 앱으로 관리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보안 구조를 이해하거나 검증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전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식 또한 달라졌다. 낯설었던 기술이 일상적인 기술이 되었고, 반복된 사용 경험이 신뢰를 형성한 것이다.

생성형 AI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자신의 문서 하나를 ChatGPT에 올리는 것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몇 년 뒤에는 자신의 이메일과 일정, 업무 문서, 개인 기록을 AI에 연결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이미 AI가 단순한 질문과 답변을 넘어 개인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변화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지금처럼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할까? 아니면 Gmail과 Google Drive를 사용하듯 별다른 의심 없이 자신의 데이터를 AI에 맡기게 될까?

결국 이 문제는 ChatGPT라는 특정 서비스의 보안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위험을 경계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기술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우리는 기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신뢰하는 것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경험을, 안전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기술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생각보다 기술 자체의 안전성과는 무관한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