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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인간이 아니라 AI에게 선택받아야 하는가

· 약 6분

이전 글에서 Meta의 Muse를 보며 에이전트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앱과 웹사이트를 직접 찾아다녔다면, 앞으로는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서비스를 찾아보고 비교하고 선택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사용자 → 앱과 웹사이트

였던 구조 사이에 AI가 들어온다.

사용자 → AI → 앱과 웹사이트

그런데 이 변화가 현실이 된다면 웹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웹사이트는 철저하게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기 좋은 디자인, 편리한 메뉴, 눈에 띄는 버튼, 적절한 이미지와 문구를 고민했다. 검색엔진에서 사람의 눈에 띄기 위해 SEO에도 많은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앞으로 내 웹사이트를 찾아오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AI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방문자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하나 산다고 해보자.

지금까지는 검색엔진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여러 쇼핑몰에 들어가 가격과 사양을 비교한 뒤 구매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50만 원 정도에서 강의용으로 들고 다닐 가벼운 노트북을 하나 찾아줘. 배터리가 오래가고 HDMI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제 수십 개의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은 내가 아니다.

AI다.

실제로 ChatGPT의 쇼핑 기능은 이미 사용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제품을 탐색하고 비교한다. OpenAI는 판매자가 제품의 설명, 가격, 재고, 이미지, 배송 정보 등을 구조화된 상품 피드로 제공할 수 있도록 Agentic Commerce Protocol을 운영하고 있다. OpenAI 문서에서도 이런 구조화된 데이터가 ChatGPT가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검색 결과에 노출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이건 꽤 중요한 변화다.

기업이 고민해야 할 질문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우리 사이트를 방문하게 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AI가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이해하고 선택하게 할 것인가?”

를 고민해야 한다.

SEO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검색엔진이 웹의 관문이 되면서 SEO라는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졌다.

검색엔진이 내 페이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제목과 본문을 구성하고, 메타데이터를 작성하고, 구조화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리고 검색 결과의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수많은 최적화가 이루어진다.

생성형 AI에서도 이미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Google은 2026년 생성형 AI 검색 환경에 맞춰 웹사이트 운영자가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별도의 가이드를 공개했다. 다만 Google은 기존 SEO 원칙이 여전히 기반이며, 이른바 AEO나 GEO를 완전히 별개의 마법 같은 최적화 기법으로 보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다.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것과 에이전트에게 선택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정보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가격을 비교하고, 재고를 확인하고, 조건을 판단하고, 사용자를 대신해 다음 행동까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웹사이트도 단순히 검색하기 좋은 문서가 아니라 AI가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동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갖추는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런 웹사이트를 ‘Agent-Ready Websit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연구도 등장했다. 여기서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가뿐 아니라 AI가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가, 행동할 수 있는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까지 웹 설계의 새로운 요소로 제안한다.

웹사이트의 새로운 고객은 인간뿐만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AI에게 선택받으려고 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한 가지 불편한 문제가 따라온다.

AI의 선택이 매출을 결정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당연히 AI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검색엔진에서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다.

검색 순위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자 검색엔진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산업이 생겼고, 동시에 검색 알고리즘을 공략하려는 수많은 시도도 등장했다.

AI라고 다를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더 직접적일 수도 있다.

AI가 가격, 상품 설명, 리뷰, 배송 조건, 재고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단한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그 판단 기준에서 유리하게 보이도록 정보를 구성하려 할 것이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최적화와 조작의 경계다.

AI의 판단 기준을 공략하기 시작한다면​

상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구조화해서 제공하는 것과 AI가 실제보다 좋은 상품이라고 판단하도록 정보를 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 경계가 언제나 명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광고와 마케팅이 존재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AI에게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마케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가짜 리뷰를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특정 문맥에서 AI가 긍정적으로 해석할 표현을 의도적으로 반복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 AI가 그것을 다수의 독립적인 정보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시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정보를 읽는다면, 사람을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AI를 설득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기존 검색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는 AI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른다​

검색엔진에서 “노트북 추천”을 검색하면 적어도 여러 검색 결과가 화면에 나타난다.

나는 첫 번째 사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고, 다섯 번째 사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여러 리뷰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에게

“내 조건에 가장 적합한 노트북 하나 골라서 주문해줘.”

라고 말했다면 상황이 다르다.

AI가 100개의 제품을 검토했는지, 10개만 검토했는지 나는 모를 수 있다.

어떤 사이트를 제외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리뷰를 신뢰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조건을 중요하게 판단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실제로 OpenAI도 현재의 쇼핑 기능에서 가격이나 재고 등의 정보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정보는 판매자 사이트에서 확인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ChatGPT가 표시하는 일부 설명이나 라벨 역시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델이 생성한 것이며 검증된 사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에이전트가 강력해질수록 이 문제는 더 중요해진다.

정보를 찾는 과정뿐 아니라 정보를 선택하는 과정까지 AI에게 위임하기 때문이다.

AI가 읽기 좋은 웹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웹이 두 방향으로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AI가 읽기 좋은 웹이다.

정보가 구조화되어 있고, 의미가 명확하며, 가격이나 재고처럼 변하는 정보가 최신 상태로 제공되고, AI가 필요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OpenAI의 상품 피드 규격에서도 상품 ID, 제목, 설명, 가격, 재고 상태, 브랜드 같은 필드를 구조화해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가격과 재고가 바뀌면 이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하나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AI가 검증하기 좋은 웹이다.

이 정보는 누가 만들었는가.

언제 만들어졌는가.

마지막으로 언제 수정되었는가.

원본은 어디에 있는가.

다른 독립적인 출처에서도 확인되는가.

상품 정보가 바뀌었다면 무엇이 바뀌었는가.

AI가 단순히 정보를 잘 읽는 것을 넘어 그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해질 수 있다.

웹의 다음 경쟁은 ‘클릭’이 아니라 ‘선택’일지도 모른다​

웹의 역사를 보면 인간의 행동을 중심으로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사람이 검색하고, 클릭하고, 읽고, 비교하고, 구매했다.

그래서 우리는 검색 순위를 고민했고 클릭률을 측정했으며 UI와 UX를 개선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면 경쟁의 대상도 달라진다.

사람에게 발견되는 것에서 AI에게 발견되는 것으로, 사람에게 클릭되는 것에서 AI에게 선택되는 것으로.

웹사이트가 아름답고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방문하는 웹 역시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또 하나의 웹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AI가 읽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한 기계의 웹이다.

그리고 AI가 우리를 대신해 웹을 보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질문이 남는다.

AI에게 선택받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들 사이에서, AI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AI의 선택을 무엇을 근거로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