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를 줄인다면, 국민도 AI의 주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정부가 AI와 반도체 같은 전략산업에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출하는 것을 넘어, 직접 투자하고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들으면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다. 실제 주식 삼전, 닉스 토론방에서 난리가 난 주제다.
과거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자 그 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때마다 “기업이 노력해서 번 돈을 왜 국가가 가져가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번 주제도 그렇게 비판받아 마땅한가?
기업이 이미 벌어들인 이익을 가져오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돈을 투자했다면 국민도 그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참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AI와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자본을 필요로 한다.
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이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제 전략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혜택, 정책금융을 동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가 어차피 막대한 돈을 넣어야 한다면 왜 반드시 지원만 해야 할까.
지분투자를 하면 되지 않나?
국가도 위험을 부담하지만 기업이 성공하면 배당과 지분가치 상승을 통해 그 과실에도 참여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기존 CHIPS Act 지원금 등을 활용해 인텔 지분을 확보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를 기존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지원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2026년 국민성장펀드는 30조 원 이상의 자금 공급을 목표로 직접투자, 간접투자, 인프라 투융자, 초저리대출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위험을 부담한다면, 성공했을 때의 수익에도 국민이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난 이게 너무 당연한것 같은데...
이 질문은 AI 시대에 더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앞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AI가 발전하면서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과거 1,000명이 하던 일을 500명이나 300명이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생산성은 올라간다. 이익도 증가할 수 있다.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동에 돌아가는 몫이 줄어든다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노동을 통해 얻었다.
일하고, 임금을 받고, 그 소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AI가 인간 노동의 일부를 자본으로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경제는 성장하는데 그 성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통로는 오히려 좁아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AI 도입으로 자본수익이 증가할 경우 자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이 그 혜택을 더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분배 문제는 단순히 누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누가 AI 시대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도 자본을 소유하면 어떨까
국민의 세금으로 AI, 반도체, 로봇,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자한다.
그 돈을 모두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일부는 지분이나 펀드 형태로 투자한다.
산업이 성장하면 국가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도 올라간다. 배당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수익을 다시 미래 산업에 투자하거나 교육, 재교육, 사회안전망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AI 기업에서 직접 일하지 않더라도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증가의 일부에 자본을 통해 참여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것은 기업이 성공한 뒤 이익을 빼앗아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함께 투자하고, 함께 위험을 부담하고, 성공하면 함께 수익을 얻는 것이다.
개인이 기업의 주식을 사서 배당과 주가 상승의 혜택을 받는 것과 경제적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투자자가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한 국가라는 차이가 있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해서 AI 개발을 멈추는 것은 현실적인 해답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부에 사람들이 어떻게 계속 참여하게 할 것인가.
재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필요하다. 조세제도 역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볼 수 있다.
국민이 미래 산업의 자본을 함께 소유하는 방법이다.
AI와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더 많은 부를 만들어내는 세상이 온다면, 노동소득만으로 그 부를 나누는 구조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그 생산수단의 일부를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국가가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 정치권력이 투자 판단에 개입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지, 의결권은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등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실제로 대규모로 대체한 뒤에 분배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너무 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은 어쩌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다음에 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부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그 답 가운데 하나가 어쩌면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
국민도 AI 시대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