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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흡수되지 않는 AI 서비스의 조건

· 약 3분

우리가 새로운 AI 서비스라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은 ChatGPT나 Claude의 다음 업데이트를 조금 먼저 만들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플랫폼에 흡수되지 않는 AI 서비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이 질문부터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플랫폼에 포함되지 않을 ‘기능’을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발전 속도를 보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상당수의 기능은 언젠가 범용 LLM 서비스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이 플랫폼에 포함되더라도 서비스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가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다.

기업 내부 데이터, 오랫동안 축적한 고객 데이터, 생산설비 데이터처럼 외부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데이터가 있다. 모델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까지 저절로 알 수는 없다. 결국 모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서비스의 가치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실의 업무 프로세스와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가이다.

단순히 질문을 받고 답을 생성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RP, MES, CRM, 그룹웨어, 결재 시스템 등과 연결되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마다 시스템도 다르고 업무 절차도 다르다. 범용 서비스 하나가 모든 조직의 업무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

세 번째는 도메인에 대한 이해다.

제조, 의료, 법률, 금융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말을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 업무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나온 결과가 정상적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전문성이다.

마지막은 AI가 아니라 결과가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회의록을 요약해준다’면 핵심 상품은 AI의 기능에 가깝다. 반면 회의가 끝난 뒤 결정사항을 업무 시스템에 등록하고, 담당자를 지정하고, 일정을 변경하고, 이후 진행 상황까지 관리한다면 사용자가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AI 요약’이 아니다. 사용자는 업무가 처리되는 결과를 구매한다.

결국 여기에는 하나의 연속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LLM 기능 → AI 응용 기능 → 특정 업무 해결 → 업무 시스템

왼쪽으로 갈수록 모델의 능력과 가깝다. 따라서 모델을 직접 만드는 기업이 그 기능을 흡수하기 쉽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마다 다른 데이터를 이해해야 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야 하며, 업무 규칙을 파악해야 한다. 현장 담당자를 만나 요구사항을 듣고 때로는 예외적인 업무 방식까지 맞춰야 한다.

물론 거대 AI 기업이 기술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모든 현실에 들어갈 수 있느냐이다.

수천 개의 제조기업마다 다른 MES와 연결하고, 병원마다 다른 업무 절차에 맞추고, 기업마다 제각각인 내부 데이터를 정리하며, 현장에서 담당자와 요구사항을 협의하는 것은 범용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AI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AI에 가까이 가려고 했다. 더 좋은 모델을 사용하고, 새로운 기능을 붙이고, 더 뛰어난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모델에 가까운 영역일수록 모델을 직접 만드는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반대로 현실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경쟁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중요한 것은 모델의 성능만이 아니라 데이터이고, 업무이고, 시스템이고, 그 산업을 이해하는 경험이다.

결국 AI 시대에 쉽게 대체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은 AI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AI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모르는 현실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서 생길지도 모른다.